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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분별

이스라엘은 과연 악마인가?


최근 이스라엘을 '악마'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기 때문일 것이다. UN도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이스라엘에게 경고하고 나섰다고 한다. '중립적인' UN까지 나섰으니 이스라엘은 진짜 악마인건가? 반나절을 얘기해도 끝나지 않을만큼 복잡한 얘기지만 이번 공격과 관련해서 최대한 간단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지난 과오와 불리한 여론 환경


이스라엘이 유대인 600만 명이 학살당한 홀로코스트와 뮌헨 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테러조직이 보낸 '검은 9월단'에게 자국 선수 11명의 생명을 빼앗기는 등의 아픔을 겪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보복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법이 금지한 선을 넘은 많은 과오를 범했던 것은 사실이다. 잘 봐줘야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밖에 이해해 줄 수 없는 극우강경파들의 여러 악행은 국제 사회의 여론을 싸늘하게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세계 주요 언론들이 반유대적 성향을 갖게 된 것도 여론 악화에 일조했다. 많은 이들이, 유대인이 세계 자본과 언론을 장악했고 그들이 친이스라엘적 기사를 쏟아낸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그것과 사뭇 다르다. 정확한 표현은 아니겠으나 시셋말로 그들은 '지능안티'에 가까운 '자칭' 유대인이며 유대인인 척 하는 반유대 세력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 정도로 하고 그들 언론이 반유대적 입장에서 쏟아내는 (최근 민간인 구호선 공격과 같은) 여러 왜곡된 보도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을 조성해왔고 이번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대한 편향적 보도들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있다.    


'콜레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 논쟁


또 하나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논쟁이 결론이 좀처럼 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소위 '콜레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 논쟁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정당한) 대규모 군사 작전에 따르는 불가피한 '부수적 (민간인) 피해(Collateral Damage)'에 대해서 한 쪽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 쪽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갖게 되면 아무리 논쟁을 계속해도 접점을 찾기 힘들다. 이는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정의란 무엇인가』의 ‘전차 문제(trolley problem)’와도 비슷한데, 즉 시속 100㎞로 질주하는 기관차가 갑자기 브레이크에 고장이 났을 때 철로엔 인부 5명이, 오른쪽 비상철로엔 1명이 있는데 기관사에게 주어진 선택은 핸들을 꺾어 1명을 희생시키든지, 그대로 가서 인부 5명을 죽게 하든지 둘 중 하나라면 기관사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분쟁과 좀 더 가까운 사례를 가정해 보자. 만약 어떤 테러리스트가 서울을 날려버릴 수 있는 더티 밤(Dirty Bomb)을 터뜨리겠다는 협박을 해오고 있다고 하자. 범인의 은신처를 찾아내고 보니 범인은 유치원 건물에서 어린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고 시한폭탄은 이제 1분 밖에 남지 않았다. 선택은 (1)그냥 서울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거나 아니면 (2)유치원을 폭격해서 테러리스트와 함께 어린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길 뿐이다. 당신이 지휘권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이 순간 이미 당연한 듯이 어떤 선택을 했겠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그 '당연한' 선택에서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아마 이 두 진영은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다고 본다.


왜곡된 보도와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바로 잡아가며 팔레스타인 논쟁을 진지하게 계속하다 보면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대다수 사람들은 이스라엘군의 군사 작전이 정당한 자위권 발동이라고 주장하는 측의 입장을 최소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가슴'이 그런 입장에 동조하지는 못하는 사람들은 위에서 든 사례에서 "그래도 유치원 어린 아이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에 선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원치 않는다


그 어떤 정부도 군사작전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국제 여론에서 밀려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한다. 곧 공격이 있을 것이니 민간인은 자신의 집에 숨어 있으라는 삐라를 뿌리고 소리로 경고한다. 은밀성이 생명인 군사 작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 일부 네티즌은 이스라엘이 '악마의 무기' 백린탄을 사용한다고 비난한다. 조명탄이나 연막탄과 비슷하게 5~10분간 연기를 내며 타기 때문에 군의 이동을 은폐하는데 쓰이는 무기다. 민간인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이 무기에 피해를 입을 일이 없다.    


하마스의 인간방패 전략이 민간인 피해를 만든다


공격 경고가 나오면 하마스 대원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그들은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쓴다. 민간인 집에 들어가 숨는 것이다(참고링크1). 민간인들이 이를 거부할 방법은 없다. 그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자신의 집을 폭격하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하마스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첫째는 이스라엘군 공격의 타겟에서 벗어나기 위함이고 둘째는 죽더라도 민간인이 함께 희생됨으로써 민간인 희생율을 높여 국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하마스가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다. 하마스는 자신들이 무고한 희생을 당하는 무력한 약자라는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전략을 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민간인들, 특히 어린 아이들의 참혹한 시신을 촬영하여 내보내면서 이스라엘이 민간인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으로 한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게다가 하마스가 내보내는 자료 중에 조작된 사진이나 영상이 적지 않다(링크4).


하마스는 경고없이 민간인을 공격한다


하지만 정작 하마스 자신들은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할 때 아무런 경고를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민간인들은 대피할 시간이 없다. 아래 동영상은 결혼식이 진행되던 중에 갑자기 로켓이 날아들자 황급히 대피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습이다. 영상의 마지막에 이스라엘군의 아이언돔이 로켓을 격추시키는 장면이 잡힌다. 어떤 이들은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으로 로켓을 막아내면서 그런 능력이 없는 팔레스타인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나쁜 놈들"이라고 욕한다. 하지만 아이언돔은 완벽하지 않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원전에 쏜 로켓 3발 중 아이언돔이 격추한 것은 1발 뿐이다. 나머지는 그냥 땅에 떨어졌다. 이 로켓은 이스라엘의 유도미사일과는 달리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사 목표물 제거보다는 민간인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 잦다. 


게다가 하마스는 종종 이스라엘 민간인을 조준 사격하는 일도 적지 않다. 반년 전 있었던 팔레스타인 저격수에 의한 민간인 사망 사건(링크3)이 그 예다. 폭탄에 의한 피해와는 달리 민간인 저격은 그 도덕적 의미가 전혀 다르다. 하마스가 민간인 피해를 이유로 이스라엘을 비난할 입장이 아닌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하마스가 시작한 것이다


이번 팔레스타인 공격은 지난 달 이스라엘의 십대 소년 3명이 납치 살해된 사건으로 촉발되었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 극우유대주의자가 팔레스타인 소년을 살해하는 비극도 있기도 했지만 언론은 그 팔레스타인 소년이 산 채로 화형당했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반복할 뿐 사건의 전후 맥락을 짚어주지는 않는다. 유대인 자본의 로비에 의해 미국이 이스라엘에 휘둘리고 세계적 주류 언론이 친이스라엘적 보도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내막은 많이 다르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자꾸 글이 길어지니 급하게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다.


진짜 악마는 어느 쪽인가. 

공격 전에 대피할 것을 경고하고 사전에 정해진 공격목표를 정밀 공격하는 쪽인가, 아니면 

무고한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쓰면서 경고없이 민간인 지역에 무차별적으로 로켓을 날리는 쪽인가.


일부 이스라엘군이나 극우유대민족주의자들의 일탈 행동까지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런 소수의 꼴통들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 아닌가. 

배트남전에서 한국군도 배트남 양민을 무참히 학살한 역사가 있다.

언론의 선정적이고 피상적인 보도에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았으면 한다.


언론에도 한 마디 하고 싶다.

이번에 잠시 논란이 된 '수지 성추행 영상(기사)' 논란과 같이 언론이 한 쪽 주장에 편향된 보도를 일삼으면 대중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여론이 감정적으로 흘러가더라도 언론은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반이스라엘 정서가 국내에도 급속히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어

전문가는 아니지만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이스라엘 문제를 살펴보는 글을 써보려한다. 



 


(관련포스팅)                                                                                          


사진과 영상으로 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의 진실(극혐 경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스라엘만의 잘못일까? 

이스라엘-하마스 : 이번 전쟁 다시 보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논쟁의 일반적인 전개 

이스라엘은 과연 악마인가 

하마스, 피난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집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명령하다. 

나는 왜 이스라엘을 편드는가 

팔레스타인 난민의 기원 [만화] 

인간 방패가 되지 않기 위해 하마스로부터 도망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

어린이를 인간 방패로 쓰기 위해 끌고 가는 하마스(영상) 


(관련기사)


하마스, 가자 지구 민간인 학대를 폭로하는 기자들을 위협  

- 네타냐후, "하마스는 '텔레비전에 잘 받는' 팔레스타인 희생자를 원한다.

팔레스타인 하마스 대원, "이스라엘의 신이 우리가 쏜 로켓의 방향을 바꿔버린다" 불평 


(참고자료)


이스라엘(KCM) 

이슬람의 이해(KCM) : 형성과정, 교리, 기독교와의 차이점 등 

이스라엘은 왜 가혹하게 대응하는가? (내가 조갑제를 인용해야 한다니... ㅠㅠ)

(관련 동영상)


이스라엘 지역으로 무차별적으로 발사되는 하마스의 로켓을 아이언돔이 격추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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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1) http://news.zum.com/articles/14736844?pr=004

링크2)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45045 (백린탄)

링크3)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12/24/0200000000AKR20131224190800072.HTML